아시아나 국제 단편영화제 관람
사실 공짜아니었으면 일부러 찾지 않았을 영화제다. 오랫동안 사랑해왔던 단편들이 그저 그런 꽉막힌 사고방식과 소재들로 점철되어 있다고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독립영화와 단편영화에 대한 불같았던 애정도 조금씩 식어들어갈 무렵에 날아든 공짜 티켓. 그것도 붐비는 CGV나 MEGABOX가 아닌 시네큐브에서 한다고 해서 조금 더 끌렸다. 단편이 가지고 있는 풋풋한 매력? 새로운 시도? 그런 것들을 최근에는 거의 발견하지 못하고, 성장이나 현대인의 고뇌따위에 천착하는 무거운 주제들의 영화가 그간 많았기 때문인지 그런 편견들을 극복하고자 어려운 걸음을 뗐다.

한국영화는 굉장히 아쉬웠다.
총 6편의 같은 섹션에 배정된 경쟁작 중 2편의 한국영화는 돋보일 정도로 매무세가 좋지 않았다.
<너의 거친 숨소리가 좋아 I like the Sound of your heavy Breathing>
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갑자기 다가온 한 순간의 설레임을 담았다는 작품소개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계속되는 숨소리 덕분에 불편해졌다. 이 거친 숨소리를 들으면서 또다른 숨소리가 연상되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거짓말일터. 조금 더 세밀한 디테일이 아쉬웠다. 숨소리 하나로 9분의 러닝타임을 이끌어 나가기엔 조금 무리가 있었지 않나 싶었다.

<자야한다 I need some Sleep>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정말 괜찮았을 법한 영화였다.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 속에서 소통을 하는 발상은 괜찮았는데 매끄러운 연출력이 조금 아쉬웠다. 주인공이 왜 자야하는지가 내밀하게 보여지지 않은 듯. 단순히 여러 상황에서 벗어나는 탈출구가 잠이었다면 좀 더 친절한 설명이 필요했다. 러닝타임도 조금 쓸데없이 긴 것 같았다.

<메시지 Voice Messages>
이건 정말로 굉장했다. 온 국민의 주머니 안에 휴대폰이 잠자고 집 전화에 자동응답기가 달려 있는 집이 흔치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이야기. 영상은 무심한 듯 픽스된 카메라로 무빙없이 상황을 보여주고 현장음마저 제거되어있다. 그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주인공 여자의 자동응답기에 녹음된 메시지들. 그것들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음에 박수를 쳤다. 영화가 시각과 청각의 두 가지 감각이 결합한 예술임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작품. 감독의 처녀작이라는 말에 더 놀랐다.

다른 영화들은 매끄럽게 잘 만들었거나 내가 이야기할 수 없는 모션그래픽이 사용된 작품이라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 하지만 한국 영화와 외국 영화의 중요한 차이점은 존재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고작 한 섹션 봐놓고 이런 애기하기는 성급한 일반화가 아닌가 싶지만, 한국영화는 가볍고 풋풋한 반면 참신하지 못했다. 외국영화는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지만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보여지는 영상, 그것하나에 머물지 않는다. 무언가 메시지를 영화에 담는다는 것. 감정에 부르르 공명하게끔 하는 영화는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끔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by 한창헌 | 2007/11/06 16:58 | 영 화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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